가을 여행을 가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개인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단풍이 아닐까. 울긋불긋 단풍하면 내장산, 장성 백양사 등등 떠오르는 곳이 많다. 단풍이 보통 10월 중하순에 절정을 이루는 것을 비춰보면 10월초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단풍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설악산으로 향했다.

 

설악산은 여러 등산 코스가 있지만, 당일 코스로 가장 적합한 코드가 바로 "오색약수 입구 - 대청봉" 이다. 왕복으로 약 8시간 걸리는 코스이다. 오전 9시경에 오색약수 입구에 도착했는데, 이미 오색약수 입구 아래로 공영 주차장 및 호텔에서 운영하는 주차장들은 만차였다. 그래서 따로 마련된 임시 주차장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오색약수 입구까지 걸어서 약 10분 걸렸다. 참고로 오색약수 입구 바로 앞에는 주차를 할 수 없다. 

 

 

 

 

 

 

어느 산이든 짧은 시간 안에 정상을 밟으려면 그 코스는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데, "오색약수 입구 - 대청봉" 코스는 난이도 최상이라고 쓰여있었다. '최상이면 뭐 얼마나 힘들겠어?' 라는 생각으로 등산에 대한 근거없는 자신감이 발휘되어 8시간 코스를 더 단축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조금더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30분쯤 올라갔을까, 높디 높은 가을 하늘이지만 조금만 더 올라가면 하늘이 손에 닿을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정상이 가까워 보이는 듯 했다.

 

 

 

 

 

 

 

 

 

 

설악산을 오기 전에 절정은 아니더라도 단풍에 의해 적당히 산 군데군데가 물들어있겠지라는 어느정도의 기대를 하고 왔다. 그러나 너무 일찍 와버린건지, 아직 생각만큼 단풍이 없었다. 그래도 단풍이 있는곳은 그 색깔만큼 화끈하게 물들어 있었다.

 

 

 

 

 

 

 

 

 

 

 

 

 

 

총 5.1km 중 2km 정도 오게 되면 그 이후부터는 이 코스가 정말 힘든 코스라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해주는 끊임없이 올라가는 힘들고 지루한 등산로가 대청봉까지 이어지는데, 그렇게 힘들다고 앞만 보고 올라가다보면 바로 옆에서 도토리를 까고 있는 다람쥐도 울긋불긋 단풍 나무도 못보고 올라가버릴지 모른다.

 

이때부터 나의 희망은 대청봉까지 얼마 남았다는 길다란 표지판 뿐이다.

 

 

 

 

 

 

 

 

 

 

 

 

 

 

 

 

 

 

 

 

 

 

세시간 반쯤 지나니 비로소 대청봉에 도달할 수 있었다. 눈 앞에는 험준한 설악산의 여러 산봉우리가 시원한 가을 바람과 함께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10월 셋째주 정도는 되어야 산 전체적으로 단풍이 들듯 했다. 대청봉 표식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긴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몰상식한 사람들이 기다리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사진 찍다가 시비가 붙기도 하였다. 그게 뭐라고 30분이나 기다려서 사진을 찍는지... 바로 고개를 돌려보면 더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데...

 

이 날은 원래 비가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비도 오지 않고 구름 무리들이 산봉우리 곳곳에 걸려 있었다. 나를 포함해 산 전체를 삼킬 듯한 구름 무리들. 가슴을 뻥 뚫어줄 듯한 바다까지 보이는 설악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웅장함과 오묘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산은 어디로 할까... 오색 약수로 내려가는건 너무 힘들 것 같고,, 한계령으로 넘어갈까 한참을 고민을 하다 한계령으로 내려가는 코스는 5시간이 넘는다는 말에 다시 오색 약수를 택했다. 다리는 점점 후들거리고 3km 정도를 내려갔더니 발목에 힘이 빠져 힘을 줄 수 없었다. 등산용 스틱을 가져올 껄..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교훈을 남긴 채, 나의 설악산 가을 산행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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